← Log

텔레그램에서 슬랙으로 헤르메스 사무실 옮기기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기· 7 / 10
  1. 1 — 멋진 비서를 만들기 위한 뜬구름 시도 끝에, LLM Wiki부터 세웠다
  2. 2 — LLM Wiki를 지식 뇌로 쓰게 해주는 두 가지 자동화
  3. 3 — 지식 뇌와 연결한 첫 번째 비서 알림 기능
  4. 4 — 지식 뇌에 손발을 붙였다: LLM Wiki와 헤르메스 연결하기
  5. 5 — AI 대화 기록으로 블로그 작성하기
  6. 6 — AI 자동화와 사람의 판단을 잇는 우편함 만들기
  7. 7 — 텔레그램에서 슬랙으로 헤르메스 사무실 옮기기
  8. 8 — AI가 쓴 블로그에 필요한 이미지를 더한 방법
  9. 9 — 헤르메스로 자동화를 운영하며 접한 사소한 문제들
  10. 10 — AI 코딩 에이전트의 테스트 PASS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헤르메스를 처음 쓸 때는 텔레그램 DM 하나면 충분했다. 말을 걸고, 아침 브리핑을 받고, 자동화가 끝났다는 보고를 확인하면 됐다. 하지만 자동으로 돌아가는 일이 늘자, 대화와 보고와 승인할 요청이 전부 같은 타임라인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바꾸고 싶었던 것은 채팅 서비스가 아니라, 흐르는 대화와 남겨 두고 처리해야 하는 일을 같은 곳에 두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로 헤르메스의 작업 공간을 슬랙으로 옮기고, 역할별 채널과 담당자를 둔 작은 사무실을 만들었다.

헤르메스는 내 컴퓨터에서 실행하며, 브리핑·작업 접수·알림처럼 반복되는 일을 맡기려고 만든 개인 AI 비서 환경이다.

텔레그램에서는 보고를 한눈에 보기 어려웠다

텔레그램에서도 대화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했다. 내가 불편했던 지점은 방의 개수보다, 서로 다른 일을 시각적으로 다른 형태로 보여 주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브리핑·자동화 보고·승인 요청은 모두 중요도가 다른데도, 결국 비슷한 말풍선 안에 담겼다.

텔레그램에서 받던 일필요한 화면
내가 헤르메스에게 묻거나 맡기는 대화앞뒤 맥락을 이어 가며 바로 답을 주고받아야 한다.
아침 브리핑과 자동화 결과제목과 구분이 있어 나중에 다시 훑어볼 수 있어야 한다.
블로그 발제처럼 내가 승인·반려해야 하는 요청아직 처리하지 않은 항목이 눈에 띄고, 바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텔레그램을 열었을 때였다. 아침 브리핑을 다시 보려고 대화를 올리면, 그 사이에 내가 맡긴 작업의 답변과 새 보고가 섞여 있었다. 블로그 발제처럼 나중에 판단하려고 남겨 둔 요청도, 이미 읽고 지나간 메시지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무엇을 처리했고 무엇이 남았는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워서,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면 대화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대화는 지나가도 되지만, 보고와 승인 요청은 지나가면 안 됐다. 내가 원한 것은 메시지를 더 많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보고에는 보고다운 형태를 주고 승인 요청에는 바로 판단할 수 있는 형태를 주는 일이었다.

보고와 승인 요청을 보기 쉽게 하려고 슬랙으로 옮겼다

슬랙으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보고·전달·승인 요청을 대화와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드에 제목과 내용을 정리하고, 승인이나 반려처럼 내가 할 행동까지 함께 둘 수 있으면 텔레그램에서 느끼던 불편을 직접 줄일 수 있었다.

슬랙 카드(Block Kit)는 제목·내용·구분선·버튼을 한 덩어리로 보여 주는 메시지 형식이다. 보고나 승인 요청을 일반 대화와 다른 모양으로 남길 수 있다.

텔레그램에서도 버튼을 붙일 수는 있었다. 다만 헤르메스의 기존 코드를 직접 고쳐야 해서, 업데이트할 때마다 다시 손볼 가능성이 있었다. 슬랙은 별도 기능을 붙일 수 있는 공식 연결 지점을 제공했다. 내가 원한 것은 예쁜 채팅창보다, 보고와 전달 내용을 성격에 맞는 채널에서 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었다.

헤르메스는 텔레그램·슬랙처럼 여러 소셜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슬랙을 고르는 일은 기능 비교만은 아니었다. 같은 비서를 다른 플랫폼에 붙여 직접 써 보며, 어떤 입구와 화면이 내 작업 방식에 맞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경험까지 생각하면, 슬랙은 새로운 사무실을 시험해 볼 가장 자연스러운 다음 장소였다.

진격의 거인에서 가져온 네 명의 직원

처음에는 채널만 나누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비서가 모든 채널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대화가 흩어질 뿐 누가 무엇을 맡는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슬랙으로 이사하면서 담당자도 나눴다.

슬랙에 등록한 헤르메스 앱 네 개와 전사장 지크

슬랙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맡은 애니·베르톨트·피크·라이너 헤르메스 앱과 사용자 지크.

맡긴 역할주로 일하는 곳
라이너내 요청을 받는 메인 비서와 할 일 관리DM, #탈환작전
애니AI 이슈와 정부지원 정보를 찾아 정리하는 브리핑 담당#벽외조사
피크우편함의 요청과 보고를 카드로 전달하는 포스트맨#지하실, #신호탄
베르톨트승인된 발제를 바탕으로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담당#지하실

이름은 내가 전사장 Zeke라는 설정에 맞춰 《진격의 거인》에서 가져왔다. 슬랙 공간 이름도 Coordinate(좌표) 로 정하고, 채널도 벽외조사·지하실·신호탄·탈환작전처럼 컨셉을 주었다. 각 캐릭터의 인상에 어울리는 일을 나눠 두니, 기능 자체와 별개로 사무실을 꾸미는 재미도 생겼다.

다만 이 설정이 일을 대신하게 하지는 않았다. 이름과 역할은 구분을 돕는 장치일 뿐이고, 보고의 품질과 실제 판단은 별도로 챙겨야 했다.

슬랙에서는 대화와 처리할 일이 서로 다른 자리에 남았다

슬랙으로 옮긴 뒤 내가 보게 된 흐름은 단순했다.

채널채널의 역할올라오는 내용내가 하는 일
#벽외조사브리핑 채널정기적으로 정리된 정보읽고 필요한 내용만 확인한다.
#신호탄보고 채널자동화가 끝난 결과결과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질문한다.
#지하실블로그 채널발제와 승인 요청 카드내용을 읽고 승인하거나 반려한다.
#탈환작전할 일 채널아직 끝나지 않은 일추가로 맡기거나 상태를 확인한다.

카드에서 내가 판단을 남기면, 그 뒤의 전달과 상태 변경은 정해진 프로그램이 처리했다. 나는 카드마다 다시 설명을 쓰는 대신 내용을 보고 결정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채널 안에서 질문이 생기면 카드의 스레드에서 이어 갔기 때문에, 채널 목록에는 보고와 요청 자체가 남았다.

아래는 슬랙으로 옮긴 뒤 피크에게 받은 실제 일간 컴파일 보고다. 어떤 기록이 정리됐는지, 블로그 발제가 생겼는지, 내가 확인할 특이사항은 무엇인지가 한 카드에 모여 있다.

피크가 슬랙으로 전달한 일간 컴파일 보고 카드

피크가 전달한 실제 일간 컴파일 보고. 보고 내용과 내가 남긴 확인 결과가 같은 스레드에 이어진다.

자동화와 로컬 에이전트의 역할이 늘수록 관리 체계도 필요했다

헤르메스에 맡기는 일이 대화 하나에서 브리핑·자동화 보고·승인 요청까지 늘어나자, 텔레그램 DM 하나로는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여러 채널에서 실제로 써 본 결과, 이런 일을 구분해 쌓고 처리하기에는 슬랙이 더 잘 맞았다.

텔레그램에서 슬랙으로 옮긴 일은 단순한 플랫폼 교체가 아니었다.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일의 범위와 깊이가 커질수록, 그 일을 보고 판단하고 관리하는 체계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시도였다. 슬랙 사무실은 헤르메스를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내가 처음으로 넓힌 관리 공간이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