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과 두뇌를 붙인 날 — 에이전트에 지식 뇌 연결하기
헤르메스는 텔레그램으로 부리는 상주 비서다. 2주간 돌려봤지만 배운 게 거의 없었다 — 크론만 도니 당연했다. 같은 시기 지식 뇌 second는 따로 위키를 쌓고 있었는데,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 돌았다. “핵심은 헤르메스라는 손발과 second라는 두뇌를 어떻게 어떤 용도로 연결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거야.” 이 한 문장이 하루의 방향을 정했다.
원인을 먼저 짚었다. 헤르메스의 유저 메모리는 평생 1,375자 상한이 있다. “자라는 지식”을 그 안에 담는 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절차 기억(어떻게 하는지)은 헤르메스가, 서술 기억(무엇을·누구를 아는지)은 second가 맡는다.
즉, 연결은 새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갈라진 두 역할을 물리적으로 잇는 일이었다.
일곱 갈래 아이디어를 심문대에 올리다
연결 방법을 일곱 갈래로 발산한 뒤, 곧바로 구현하는 대신 자기심문을 거쳤다. “너 second 담당자가 내 스타일을 아직도 모르냐? 난 바로 구현 안해. 기획과 계획부터야.” 심문 프레임은 가혹했다. “나는 지금 파산 직전의 스타트업 대표고 너는 그런 나에게 올인한 AI IT 컨설턴트야 (…) 티끌 하나 잘못 판단하면 그냥 죽는다고 생각하고 분석하자.” 이 프레임 아래 자기 보고서를 스스로 재심하자 “연결 비용 거의 0” 같은 미검증 과신이 먼저 걸렸다.
일곱 갈래는 이렇게 갈렸다.
| 판정 | 개수 | 내용 |
|---|---|---|
| 채택 | 2 | 읽기 연결(포인터) · “적어둬” 쓰기 입구 |
| 봉인 | 1 | 수확 하비스터 — 게이트 미통과, 나중에 소급 가능해 지금 지을 이유 없음 |
| 기각 | 4 | 기해결 문제 · 문제 없는 문제 · 라이브 크론 리스크 · 시적 포장 |
최소 개입으로 연결하다
살아있는 시스템에 손대는 일이라 개입 폭을 최소로 못박았다. 본체 코드는 무접촉, 판돈은 SOUL.md 6줄과 스킬 폴더 1개뿐이었다 — 쓰기 전 백업, 문안 승인, 롤백까지 전부 1수로 되돌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였다.
읽기 연결 — 포인터 6줄
- 읽기 연결:
SOUL.md에 profile과 색인 위치, 그리고 온디맨드로 깊이 읽으라는 지시를 6줄로 적었다. 캐시를 두지 않고 매 프롬프트마다 디스크를 직접 읽기 때문에 재시작이 필요 없다. - 쓰기 입구: “적어둬” 스킬 하나. 폰에서 이 말을 하면 second의
raw/notes에 규격을 갖춘 파일이 그대로 생성된다.
복병 — 보안 스캔과 마주치다
문안을 밀어 넣자마자 복병을 만났다. 헤르메스의 보안 스캔이 인젝션 패턴을 검출하면 SOUL 전체를 통째로 차단하는 구조였다. 다행히 스캔 패턴이 전부 영어 정규식이었고 추가한 문안은 한국어라 통과했다 — 설계가 통과시킨 게 아니라 우연이 통과시킨 셈이라, 실제 왕복 테스트로 확인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었다.
폰에서 세 문장으로 검증하다
연결이 됐다고 말로 끝내지 않고, 폰에서 실제로 세 문장을 던져 확인했다.
- 딥리드 질문 2문: profile과 위키 내용을 실제로 읽어와 답하는지 확인했다.
- 무관 잡담 1문: 지식과 상관없는 말에는 굳이 위키를 뒤지지 않는지 — 과잉 리드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셋 다 통과했다. 다만 첫 실전에서 흠 하나가 드러났다. “적어둬”로 남긴 메모가 원문을 그대로 두지 않고 살짝 윤색하는 버릇이 있었다. 스킬 문서에 원문주의 한 줄을 즉시 추가해 고쳤다.
자가채점 — “연결 비용 거의 0”은 맞았나
심문 초반에 죽인 문장을 다시 꺼내 스스로 채점한다.
“연결 비용 거의 0”
결과로 보면 절반만 맞았다. 코드 변경은 SOUL.md 6줄과 스킬 폴더 1개로 끝나 숫자로는 작았다. 하지만 “0”은 아니었다 — 백업·문안 승인·롤백이라는 절차, 그리고 보안 스캔이라는 예상 못한 복병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작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애초에 죽였어야 할 건 비용의 크기가 아니라 “검증 없이도 0이라고 믿었던 태도” 쪽이었다.
손발과 두뇌가 붙은 이후
세션은 이렇게 정리했다. “뇌는 하나다.” “손발과 두뇌가 붙었다. 폰에서 뇌를 읽고, 폰에서 뇌에 쓴다.” 착지한 교훈은 넷이다.
- 연결의 최소 단위는 포인터다 — 데이터를 복제하지 않고 읽으러 오게 한다.
- 자기 보고서는 자기 손으로 죽여봐야 과신이 드러난다.
- 살아있는 시스템 개입은 확장 표면만 건드리고 백업·승인·1수 롤백으로 감싼다.
- 검증은 성공 케이스만이 아니라 “안 해야 할 때 안 하는가”까지 봐야 한다.
헤르메스는 이제 크론만 도는 비서가 아니다. 묻는 순간 두뇌를 열어보고, 적어두는 순간 두뇌에 새긴다.